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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스무해의 여정

스무해의 여정(1999.4.8)

내 인생의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이 있다면

차창 밖으로 고개 내밀어 길 물어보듯

물어나 보고 싶다

내가 잘 가고 있기나 한거냐고.


나 잘 가고 있는거요?


첫 직장생활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에 쌓여있었다.

IMF만 아니었으면 그런대로 내 패션도 멋있었을텐데 그놈이 다 망쳐놓은 샘이다.

첫 직장을 잃고 패션도 잃고 그렇게 두번째 직장을 찾아 수원으로 갔다.

패션도 제멋대로였다.

낡은 갈색 가죽 가방에 노트 한권, 연필 몇자루, 삼각기둥처럼 생긴 스케일 자 그리고 그리고 기억도 안나는 몇가지 물건을 넣어 두번째 면접을 봤다.

부사장이란 분이 날 맘에 들어하진 않았지만 사장이 맘에 들어하니 어쩌겠는가. 떡하니 붙었고 다음날부터 출근하란다.

이 회사에서 보낸 2년은 나에게 큰 고통의 순간이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라 나만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다같이 살려보자 말하는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한번 들어온 직장이니 중간에 옮길 생각말고 열심히 해보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군에 다녀온 나는 이정도 힘든건 힘든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2년이라는 시간은 흘렀고 월급 받지 못한 날이 1년이 되었다.

어느 순간 "야 정말 내가 인생 잘 살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자금 사정을 견뎌내지 못하고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이 그랬듯이 우리 회사도 그 길을 걸었다. 파산한 회사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내 회사에 대한 열정도 거기서 사라졌다.

의문 투성이 20대의 힘든 시기가 그렇게 지나갔다. 내 인생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에게 내가 잘 가고 있는지만 물어보고 싶을 만큼 궁굼했던 20대가 지나갔다. 

지금은 그때 겼었던 힘든시기가 바탕이 되어 뭐든지 감사하며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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