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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어두워지면 만나는 친구들

어두워지면 만나는 친구들

 

하루를 바쁘게 살다가 하나 둘씩 떠나는 사무실,

비로소 사무실은 쉼을 얻는다

복도 저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어둑해지는 시간,

다시 열리는 사무실이 한 곳 있다

 

평소 그곳은 본의 아니게 절제된 웃음소리와

어색한 만남이 있는 공간이지만 지금 이 시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잔잔한 대화가 있고

가끔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린다

 

하루 종일 느끼지 못했던 그 자유함이 있다.

마치 웃음을 참았다가 이 시간 다 쏟아내는 듯

자유롭게, 그렇게 호탕하게 웃는다.

꽉 매었던 답답한 넥타이도 풀고,

까만 자켓도 벗어버리고, 와이셔츠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렇게 웃고, 이야기 한다

 

친구 사이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서로는 친구 같다.

형님, 동생 하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

친구사이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억양들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이 친구 이상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편안함 말이다.

 

누군가 “자주와~”라고 짧게 한마디 한다.

자주 못오는 사정과 자주 오기를 바라는 사정이 서로 스친다.

 

나도

몇 주전 친구를 집에 불러 저녁을 같이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친구는 나를 그의 집에 불러 저녁을 같이 했다.

 

내가 “가족끼리 제주도 한번 같이가자” 했다

 

서로 바빠서 같이 갈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멀리 가야 즐거움 이겠는가?

늘 더 큰 즐거움을 바래보지만

그저 소소한 일상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자족한다

 

그러고 보니 9월에 두타산에도 가자 했었지만 아직 못 갔다.

 

늦은 시간 혼자 사무실에서 앉아 있다가

건너편에서 들리는 거슬림 없는 나지막한 대화소리와

사이사이 들리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친구를 만난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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