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들 잘했다. 사랑한다.”
중학생이 되어 휴대폰을 사주고 자신만의 휴대폰을 갖게 된 아들에게 여러 번 전화를 받긴 했지만 다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대부분 “언제 집에 들어오느냐”, “먼저 밥 먹어도 되느냐”, “집에 왔는데 엄마가 없다. 어디 가셨냐” 등 일상적인 내용의 전화였다.
그런데 오늘 받은 전화는 좀 다른 느낌, 다른 주제, 다른 무게의 내용이었고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아빠 나 평균 80점 넘었어!”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물론 지난번에도 80점은 넘었기 때문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스스로 거의 한 달 전부터 시험 모드로 돌입했고, 최근에는 새벽까지 잠을 설쳐가며 공부한 노력의 결과가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해 그것에 대한 만족감을 전화로 표현하고 있었다.
평소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로 잔소리만 하는 아빠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아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있던 터라, 시험이 끝나는 날 아들의 성적이 궁금하긴 했지만 먼저 물어보기도 어색해 가려운 데 긁어줄 효자손 찾는 사람마냥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아들이 먼저 전화를 준 것이다.
“그래 잘했네.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서 좋겠네. 아빠도 기분 좋다. 일찍 들어와 맛있는 거 사줄께”
칭찬에 어색한 나지만 나름 최고의 칭찬을 해주었다.
“맛있는 거 사줄께”라는 말에 “기대할께~”라는 말로 답하는 아들에게서 모처럼 아빠에게 인정받았다는 뜻의 여유가 느껴졌다.
아들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남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래, 아들 잘했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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