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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사진 나는 시골 깡 촌에서 자랐다. 그러고 보니 내 어릴 적 사진 중에는 못난 사진 하나 없다. 시골 깡 촌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그 곳 삶이 어떠한지 짐작하리라. 겨울이면 제대로 씻지도 못해 늘 빨갛게 손이 부르트기 일수고, 콧물은 왜 그리도 잘 나는지. 입가엔 들이마셔도 자꾸만 흐르는 누런 콧물자국이 지나간 자리가 딱지를 이루고 있던 기억. 그런 모습들은 나보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기억 속에 더 많다는걸 안다. 민망한 사진 한 장 있을법한데, 추억이라 생각하며 웃어넘길 그런 사진 한 장 있을법한데 없다. 내 새끼 예쁘게 보이는 게 즐거움이고, 자랑이고, 힘이라 생각하신 부모님이 한없이 덮어주고, 감싸주고, 가려주셨다. 그래서 민망한 모습, 부끄러운 모습, 아픈 모습은 그들의 가슴에 묻고 웃는 모습, 행복해하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 믿음이란 무엇일까? 몇일 전에 딸이 독서실 책상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집사람은 당근마켓을 살피다가 청학리쪽에서 무료나눔 하겠다는 내용을 보고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좋아하던 것도 잠시. 집사람에게 한 가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부피가 너무 커서 우리 차에는 안 들어갈 거 같은데 어떡하지?” 나는 "걱정하지 말라"며 일단 약속부터 잡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퇴근하기 전에 전동 드릴을 챙겨 차 뒤쪽에 놓았다. 집사람은 차에 타자마자 “큰 차를 빌려오는 것 아니었어? 난 당신이 봉고차를 빌려오는 줄 알았는데... 이 차는 너무 작아 안 들어갈 꺼야”라고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큰 차 없이는 안 간다는 말은 안하고 내 차에 ..
봄 꽃을 봄 가벼운 옷차림을 봄 날씨를 봄 아이들의 미소를 봄 멋진 곳을 같이 가 봄 맛있는 것을 함께 먹어 봄 가족을 봄 하늘을 봄
피하시는 분 “저희가 떠난 후에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가로되 헤롯이 아기를 찾아 죽이려 하니 일어나 아기와 그의 모친을 데리고 애굽으로 피하여 내가 네게 이르기까지 거기 있으라 하시니”(마 2:13) 그날 밤, 유난히 빛나는 별에 이끌려 동방에서 부터 온 박사들은 베들레헴에 도착하였고,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유대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까맣게 있고 있었던 구주에 대한 소식을 이방인인 동방박사로 부터 듣게 되다니,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한 것이 아니었다. 헤롯왕도 이 소식을 듣게 되었고 “이제 나의 시대는 끝나는 것인가?”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헤롯왕은 제사장들을 불러 모으고 이 소식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그들이 말하는 구주가 어디에서 나실지를 밝히..
가룟 유다도 받아 마땅한 회복 아담아, 유다야! 아담아, 아담아! 죽지 마라! 너가 죽으면 내가 세상을 구할 계획이 사라진단다 유다야, 유다야 죽지 마라 너가 죽으면 십자가 나의 피가 너를 회복할 기회가 사라진단다 그날 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모으시고 함께 식사하셨다. 식사 중에 제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예수님 옆에 앉기를 원했다. 예수님과의 친근감의 표시라기 보다는 그저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예수님의 사랑하는 자”라고 스스로 이야기 하는 요한도 그랬고, 주먹이 앞서는 베드로도 그랬으며 사리에 밝은 가룟 유다도 그랬다. 방금 전에 예수님께서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대야에 물을 길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낮아지라 말씀하셨지만 제자들에게 그것은 그저 아버지가 아들에게 일상적으로 말씀하시는 타이름이나 잔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유다..
딱 5만원 만큼 헤퍼진 씀씀이 딱 5만 원만큼 헤퍼진 씀씀이 5만 원은 여전히 지갑 속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어둑어둑해 거리가 잘 보이지 않는 건널목 앞에서 두 번 접힌 5만 원을 발견하다니 기적 같은 일이다. 역 주변이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을 텐데 내가 줍기까지 기다려준 것은 아마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치고 떨리는 마음에 얼른 주워 자전거 탄 왼손에 아무것도 아닌 척 꽉 쥐고 있었다. 신호등이 바뀌자 빨리 출발하지도, 그렇다고 늦게 출발하지도 않고 최대한 여유 있게 유유히 건널목을 건너 한참을 가다가 오른손으로 넘기며 정말 5만 원이 맞는지, 가짜는 아닌지 확인 하고 슬며시 주머니에 넣었다. 금세 왼손에 땀이 차 있었다. 방금 넣은 5만 원 때문인지 자전거를..
무심코 카톡 무심코 카카오톡 친구리스트를 들여다 본다 익숙한 이름들 익숙한 얼굴들 반가운 친구들 하나, 둘 넘기는 사진 속에 삶이 묻어있다 짧게 써 내려간 서명에 재치가 넘친다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잘 살아가는 친구들 현실 아닌 가상에서 만나는 이 시간 묘하다. 아무 생각 없이 카카오톡 친구리스트를 보게 됐다. 친숙한 얼굴도 보이고 이름만 알고 있는 사람, 한번도 연락 없던 사람, 누구지? 라고 생각해보게 하는 사람.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는 동안 다들 참 재미있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가 문득 재미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 사진 한 장. 바른 생활하는 사진. 흐트러짐 없는 사진. 잘 나온 사진(자연스럽지 않은, 꾸며진 미소 등)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심코 본 카톡 친구리스트...
휴(休)[쉴 휴, 따뜻하게 할 후] 이번 여름휴가도 늘 그렇듯이 비로 시작해서 비로 끝났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집사람 공식 휴가에 맞춰 휴가신청서를 작성하며 바라는 건 한 가지였다. 맑은 날! 휴가 갈 생각에 휴대폰 일기예보를 연신 바라보며 이미 시작된 장마가 비켜가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남원 부모님댁으로 출발하는 당일 약한 빗줄기를 피해 차에 짐을 싯고 이 정도로 내리는 비라면 봐줄만 하다 생각하고 구리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순간, 와이퍼 속도를 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집사람과 애들은 3차선 고속도로가 구리 톨게이트 입구쪽에오면 많아졌다가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면 다시 좁아진다며 이것 때문에 차량 속도도 줄고 사고도 많이 나는데 4차선으로 진입해서 그대로 4차선으로 빠져나가면 이런 일은 없을 거라며 투덜댄다. 다 비 때문이다. 공주..
자전거 날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 자전거를 타게 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 뒤에서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고 페달을 밟고, 브레이크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며, 바닥을 보지 말고 멀리봐야 넘어지지 않는다 말해주고 그렇게 여러번 연습을 하다 서서히 손을 놓고 스스로 멀리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 느낌은 마치 내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렇게 두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준게 벌써 10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 집사람이 자전거를 가르쳐 달란다. 그래 해보자 하고 맘먹고 자전거를 차에 싯고 넓은 공간이 있는 사슴의 동산으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페달을 밟고, 브레이크 잡는 법, 바닥을 보지 말고 멀리봐야 넘어지지 않는다" 말해주고 뒤에서 잡아주었다. 그러다 30분쯤 지났을까.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
충주 탄금대 라이딩 5월 21일 새벽부터 자전거를 타고 충주로 향했다. 목표는 탄금대까지 약 170km를 달려야 한다. MTB를 즐겨타다가 로드바이크로 바꾼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로드바이크는 MTB에 비해 바퀴도 얇고 핸들 모양도 요상한 양뿔 같아서 입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입문하고 보니 이건 딴세상이다. 활동 반경이 넓어진 것이다. 50km는 거뜬하다. 충주까지 대부분 평지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나름 먼 거리라 발목부터 종아리, 무릎까지 안아픈 곳이 없다. 그래도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돌아오는 차안에서 영상을 만들다 잠에 빠졌다. 눈떠보니 동서울 터미널. 집까지 다시 20km를 더 달리려고보니 피로가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