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로 아들들
일요일 아침은 늘 피곤하다.
전날 저녁 테니스를 친 날이면 더 그렇다
목이 아프다고 하니 집사람이 “목아픈데는 프로폴리스가 즉빵”이라며 애들 다루듯 “물 한 모금 물고 아~ “하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프로폴리스가 아픈 목을 치료해 주진 못했지만 날 위해 이것 저것 신경써준 고마운 마음 덕분에 푹 잘 수 있었단 생각이 든다.(자다 말고 ‘코도 아프네~’ 했더니 아로마 탄 물 한컵을 머리맡에 가져다 놓았다.)
집사람이 밥 먹으라며 날 흔들어 깨우지만 않았어도 12시까지는 뒤척이고 있었을 테지만, 휴일인데도 따듯한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집사람의 정성에 눈꼽도 떼지 않은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어찌 알았는지 전화벨이 울린다.
“밥 먹었나?”
옆집 사는 친구다.
“방금 다 먹었다. 근데 너는 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 걸렸나?”
나도 나올 듯 말듯 색색거리는 목소리로 친구의 잠긴 목소리를 탓했다.
“나도 어제부터 목소리가 잠겼다. 이번 감기 특징인가보네. 딴게 아니라 김은숙 집사님이 야콘 캐는 거 도와달라는데 갈래?”
“그래 가자”
야콘 줄기를 낫으로 정리하고 삽으로 두둑을 한번 흔들어 준 다음, 손으로 뿌리를 흔들어 쏙 뽑아 올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사이 김은숙 집사님은 병원에 물리치료 받으러 가신 남편 박상동 장로님께 전화를 하신다.
“어디예요? 치료 다 끝났으면 얼른 와요. 여기 윤장로님 아들들 와 있어요.”
남자들이라곤 우리 셋이 전부인데 윤장로님 아들?
야콘 캐는 일이 다 마쳐 갈 즈음 또 다른 장로님 부부가 오셨고 김은숙집사님은 우리를 윤장로 아들들이라고 다시 소개하셨다.
“윤화현 장로님 꿀 딸때 이 집사님들이 항상 와서 도와주니까 윤장로님 아들들이야~”
이 집사님들 없었으면 내일까지 캐야 할판인데 일찍 끝났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에 먹은 프로폴리스도 윤장로님이 주신 거네.
지난 봄과 여름, 벌통을 나르고 꿀을 따는 일이 있으면 우리를 불러주시고 일이 마치면 꿀이야 화분야 프로폴리스야 치약이야 뭐든 챙겨주시는 윤장로님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꿀 좋아하는 우리집에 늘 꿀 풍년이다.
야콘 한 박스를 집으로 들고 오면서 집사님의 “윤장로 아들들”이라는 표현이 재미 있기도 하고 은근히 기분 좋기도 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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